
몇 년을 고민하다가 결국 헬스장을 등록했다.
운동을 아예 안 하고 지낸 건 아니다. 러닝 클래스를 들었던 적도 있었고, 크루에서 뛰기도 했고, 주짓수도 원데이로 몇 번 체험해봤다. PT도 잠깐 받아봤다.
문제는 꾸준함이었다.
당시에는 회사 일정이 워낙 불규칙했다. 갑작스럽게 작업 요청이 들어오는 날도 많았고, 예약해둔 PT를 당일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겼다.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해야지.
그 생각만 하면서 지낸 게 벌써 3~4년 전 이야기다. 사실 이번에도 당장 등록할 생각은 없었다.
집 근처 헬스장들을 찾아보고, 전화해서 운영시간과 샤워시설, 운동복 제공 여부 정도를 확인했다. 원래 계획은 직접 가서 둘러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막상 방문해 보니 특별한 감상은 없었다.
'그냥 헬스장이네.'
생각해보면 내가 경험해 본 헬스장은 개인 PT를 받았던 작은 헬스장과 군부대 헬스장이 전부였다.
솔직히 뭘 봐야 하는지도 몰랐다. 운동기구가 많아 보였고, 부위별로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이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구가 조금 부족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움직인 김에 등록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그냥 돌아가면 또 몇 달, 몇 년이 지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을 등록한 이유는 단순했다.
- 집에서 가장 가까웠고,
- 가격이 가장 저렴했고,
- PT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 규모가 크지 않아 초보자도 부담이 적어 보였다.
다만 바로 시작하지는 못했다.
주말 결혼식 일정이 있어서 등록만 하고 다음 주부터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됐다.
나는 가지 않았다.
회사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약속이 있다는 핑계.
핑계는 생각보다 많았다.
결국 첫 운동은 금요일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마침 다음 날 건강검진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번에도 미루면 또 한동안 안 갈 것 같았다.
퇴근하자마자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근력운동은 사실상 처음과 다름없었다.
자세도 엉망이었고, 적정 무게도 몰랐다.
운동기구 사용법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반복했다.
그날의 기록은 이 정도였다.
[가슴]
체스트 프레스 15kg 20회 × 5
버티컬 플라이 15kg 20회 × 3
20kg 20회 × 2
[하체]
레그 프레스
30kg 20회 × 2
35kg 20회
40kg 20회
45kg 20회 × 2
50kg 20회
60kg 20회
[등]
랫 풀 다운
15kg 30회
25kg 15회
20kg 20회 × 3
지금 보면 정말 별거 아닌 기록이다.
무게도 가볍고, 자세도 엉망이었고, 운동 방법도 제대로 몰랐다.
그래도 이 기록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하나다.
적어도 이날은 시작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미루기만 했던 일을, 결국 하긴 했다.
아마 몇 달 뒤에 다시 이 글을 읽으면 웃음이 나올 것 같다.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무거운 무게를 들고 있길 바란다.
아니, 일단 계속 하고 있길 바란다.